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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종이책의 종말을 예언했습니다. 당시 종말이 예상되었던 해는 2015년이었는데요. 하지만, 종이책은 2020년이 된 지금도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럼 전자책(E-book) 시장이 실패한 것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전체적인 시장의 파이가 다양하게 보완/융합하여 확장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전자책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이책을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책을 즐길 수 있고,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손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환경에서든 다양한 책과 항상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디지털 디바이스에 익숙한 Z세대는 종이책보다 더 효율적인 전자책 이용이 익숙하기도 합니다.  BC카드와 문화일보가 함께 2017년 10월 – 2019년 9월까지 Z세대(1995-), 밀레니얼 세대, 이전세대의 2년간 디지털 소비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Z세대의 전자책 소비증가율은 직전 연도 같은 기간대비 168%였습니다.

전자책을 자주 사용하면서 생긴 습관과 행동 패턴도 있습니다.

1. 한 손으로 읽는다

종이책을 한 손으로 읽어보셨나요? 아주 작은 미니북이라도 한 손으로 책장을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커피와 독서라는 환상의 조합도 이동 중에는 즐기기 어려웠죠. 하지만, 이제 한 손으로 책을 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실 수도 있고, 책을 보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의 손잡이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독서 할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들은 이제 이동하는 동안에도 마음의 양식을 맘껏 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인터렉티브: 북마크/검색/저장/스킵

생방송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VOD를 보는 시대입니다. VOD의 장점은 그대로 전자책에도 적용됩니다. 원하는 책이나 책 내용에 대해 얼마든지 검색할 수 있고 가상 마커로 원하는 구절을 표시하거나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목차에 따라 클릭 한 번만으로 스킵(Skip)이 가능하기 때문에 책의 핵심내용을 파악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종이냄새를 맡으며, 종이가 닳도록 읽었던 기억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실물 책이 주는 위압감은 전자책이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죠. 결국, 전자책이 차별화 되기 위해서는 결국 전자책에서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럼, 새로운 경험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떤 기술들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비주얼캠프는 ‘시선추적’이 전자책에 어떤 가능성을 가져올지 알아보기 위해 전자책을 읽는 동안 사용자의 시선패턴을 분석하는 간단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전자책을 읽는 동안의 시선데이터 분석

 

– 대상: 20-30대 23명의 사람들

– 실험 디바이스: 아이폰 8과 아이폰 X

– 측정 기술: 비주얼캠프의 모바일 시선추적기술 활용

** 모바일 시선추적기술

스마트폰 전면에 달린 RGB카메라(셀카찍는 카메라)로 시선을 추적하는 기술. 별도의 HW(IR카메라)가 필요 없어 저렴하고 확장성이 높다.

실험은 화면 우측부분을 터치하면 페이지가 넘어가는 전자책 환경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테스터들은 디바이스에서 산문, 운문, 그리고 스크립트를 차례대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수집된 모든 시선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해보았는데요.

3가지의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 텍스트를 읽는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1) 꼼꼼유형

시선 움직임이 일정한 흐름으로 텍스트 줄 대로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꼼꼼하게 텍스트를 보는 사람들은 시선의 점프가 거의 없습니다.

 

 

2) 대충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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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절반 정도는 열심히 읽고 아래는 대충 읽은 사람의 시선 흐름입니다. 몇 줄 읽다가 흥미를 못느꼈거나 빠르게 훑어보는 유형의 사람들은 왼쪽그림과 같이 시선 움직임에 점프(Jump)가 발생하기도 하고 위에서 아래로 1자로 시선패턴이 추출됩니다.

2. 운문과 같이 텍스트 외, 빈 공간이 많은 콘텐츠 일수록 시선이 불규칙하다. 

좌측부터 1부터 8이라고 본다면, 3번과 5번 콘텐츠에서 유독 콘텐츠를 벗어나는 시선의 폭이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운문을 읽을 때 빈 공간을 보면서 생각하거나 또는 산문에 익숙한 독자가 빈 공간에서 헤매는 모습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3. 시선패턴에는 주기가 있다.

위 그래프에서 파란선은 스마트폰 화면 X축에서의 시선 움직임을 의미하고 빨간선은 Y축에서의 시선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꼼꼼하게 텍스트를 읽어나간다면, X축에서는 시선이 위와 같이 좌우로 빈번하고 일정한 움직임을 보이게 됩니다. 반면, Y축에서는 시선이 화면 아래에서 위로 도약하는 지점들이 보이는데요. 이는 매 페이지가 넘어가는 구간과 일치합니다.

만약 어떤 사용자가 이렇게 반복되는 패턴을 크게 벗어난다면, 해당 사용자는 콘텐츠를 제대로 읽고 있지 않거나 콘텐츠에 크게 관심을 못느끼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실험은 20명 내외의 적은 인원으로 진행하였으며 전문적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진행이 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위 3가지 발견으로부터 시선추적기술이 전자책에 점진적으로 적용된다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선추적 적용 가능성

1. 새로운 E-book UI(User Interface)

지금까지 시선은 일반적으로 반응(Action)을 일으키는 인터페이스(Interface)의 개념으로 사용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람은 외부 정보를 대부분 시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인지와 반응(Action)을 동시에 진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 때문이죠.

하지만, 시선을 주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보조적인 인터페이스로 사용한다면? 시끄럽고 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만원 지하철과 같은 환경에서도 우리는 전자책을 읽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히 책장넘기는 것 조차 쉽지 않죠.  터치나 음성인식 기능 모두 사용이 어려우니까요. 이때 시선 인터페이스를 활성화 시킨다면 어떤 환경에서든지 책 읽는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눈에 역할 하나를 더 부여해 주는 것이죠.

다만, 관건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비주얼캠프는 앞서 진행한 실험을 토대로 E-book 페이지를 시선으로 넘기는 데모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영상)

데모는 2가지 디자인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제작되었는데요.

 

첫째, 책장을 넘기자 마자 바로 화살표가 나오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처음 텍스트를 볼 때는 화면에 텍스트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텍스트를 읽으며 시선이 화면 중간 이후 지점을 향해 내려가면, 화살표가 나타나게하여 텍스트를 다 읽고 난 이후, 다음 장으로 넘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시선이 상단에 머물 때, 이를 클릭으로 오인하여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둘째, 화살표의 위치를 상단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사람들은 하단 끝까지 텍스트를 읽고 자연스럽게 상단을 바라보면서 다음페이지의 새로운 텍스트를 읽으려고 준비하는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선 실험의 시선주기변화 그래프에서 Y축의 급격한 변화가 페이지가 넘어가는 구간과 일치했던 것도 이 행동패턴 때문입니다. 따라서 화살표도 아래보다는 위에 있도록 배치하여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위 데모는 터치의 보조적인 기능으로 여러 E-book 플랫폼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의 UI로 아주 자연스러운 UI는 아닙니다. 하지만, 향후 전자책에서 많은 양의 시선 읽기 데이터가 쌓인다면 특정 반응영역을 따로 주지 않아도 각 사람의 시선주기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페이지가 넘어가도록 만드는 것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2. 인공지능 E-book 추천 

이전에 시선데이터가 추천알고리즘 활용된다면 어떤 세상이 올지에 대해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E-book 플랫폼도 얼마나 책을 잘 추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최근, 월 정액 독서앱 밀리의 서재는 책 추천서비스를 내세우며 마케팅을 하기도 했죠.

 

 

시선데이터를 통해 책의 선호도를 정량적이고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책도 개인화 추천이 가능합니다. 방대한 시선데이터를 책의 여러 세부 요소에 맞춰 라벨링하여 추천 알고리즘을 만든다면 처음 방문한 사용자가 샘플 책 몇 권을 읽기만해도 어느정도의 취향파악이 가능하여 바로 딱 맞는 책을 추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전자책만이 선사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며, 어쩌면 아직도 ‘책’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더 많은 사람들을 책의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시선추적기술이 전자책에 적용되면 어떤 새로운 경험을 가져올 수 있을지 살펴보았습니다. 전자책을 타겟으로 하여 실험을 진행했지만, 사실 전자책 뿐만 아니라 ‘읽기’의 범주에 들어가 있는 교육 분야에서도 비슷한 니즈가 있을 것입니다. 국어나 영어와 같은 언어영역에서는 학습레벨과 학습성향마다 읽는 패턴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겠죠.

시선추적기술. 그리고 시선데이터. 앞으로 또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Reference>

1. 한겨례, ‘빗나간 예언… 종이책의 종말? 함부로 얘기말라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710372.html

2. The New York Times, ‘How Technology Is (and Isn’t) Changing our Reading Habit https://www.nytimes.com/2018/01/17/technology/personaltech/how-technology-is-and-isnt-changing-our-reading-habits.html

3. 문화일보, ‘디지털 소비’에 가장 적극적… 전자책/동영상 등 폭발적 증가

http://www.innowaveglobal.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63

4. Shimray, Somipam & Keerti, Chennupati & Ramaiah, Chennupati. (2015). An Overview of Mobile Reading Habits. DESIDOC Journal of Library & Information Technology. 35. 364-375. 10.14429/djlit.35.5.8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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